언론정보대 더블유 토토장 이진영 학생회장

'깜짝쇼로 힘 싣어 준 마을분들께 감사'

 

 올해 여름, 6월 28일부터 7월 7일까지의 긴 여정은 찌부둥하게 흐린 날씨로 시작됐다. 벌써 세 번째 가는 여름농활이지만, 이번 여름 농촌봉사활동(이하 농활)은 특별했다. 개인적으로 가는 농활이 아니라, 언론정보대학(이하 언정대) 농활대 학우들과 계원조형예술대학 학우들을 모두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마을 대장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6백 명의 대표자인 언정대 학생회장이라고 하지만, 9박10일이라는 긴 나날들을 40명이 넘어서는 학우들과 해본적은 없었기에 바싹 긴장을 했다. 그 많은 농활대원들을 잘 이끌고 성공적인 농활 수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이 농활을 시작한다는 기쁨조차 억눌렀던 것 같다.

 

   
 

 막상 농활 수행지역인 제천시 한천마을에 도착하고 보니 마을이 수해를 입어서 피해가 막심했다. 거의 절반가량 없어진 논을 보며 안타까움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농활대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수해복구작업에 최선을 다했다. 터진 둑을 쌓아 올리는 것은 남녀가 따로 없이 너무나도 열심히 했다. 농사일이 아닌 삽질과 마대 옮기기를 하는 농활대원들의 지쳐가는 모습이 보였다. 군대를 갔다 온 나조차 힘든 작업인데 오죽할까하는 마음으로 교양도 짧게, 회의도 짧게 하며 최대한의 휴식을 보장했다. 또 점심에는 오침이라는 극약처방을 놓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최고의 농활대답게 한 명의 환자도 없이 다음날에도 복구 작업과 근로에 열심히 임할 수 있었다.

 

 농활 5일째가 지나자 대원들의 숫자는 41명을 기록했다. 바로 계원조형예술대학 학우들이 농활에 동참한 것이다. 우려와는 달리 계원대학과 언정대 농활대원들은 급격히 친해졌고,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업도 같이 나가며 ‘한천농활대’라는 멋진 이름으로 두 학교 학우들이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이 너무도 예뻐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지쳐가고 있었다. 농활이 막바지로 다가감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고 농활대원들을 일일이 신경쓰다보니 정신적으로도 힘에 부쳤던 것이다. 하지만 항상 웃으며, 솔선수범하는 농활대원들에게 좀 더 모범을 보이고자 정신력과 막걸리 하나만으로 버텨냈다. 그러던 중에 농활대원과 마을 분들이 준비한 깜짝쇼가 있었다. ‘마을대장님 힘내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자 가슴이 뜨거워졌다. 솔직히 제대로 잘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렇듯 챙겨주는 농활대원들이 너무 고맙고, 마을 분들께 감사했다. 이날은 내 26살의 최고의 감동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어느새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마을에 상이 나서, 마을 잔치를 열 수는 없었고 대신 조촐하게 마을 분 몇 분만을 모시고 뒤풀이를 가졌다. 마을 분들께 편지를 써서 읽어드리고 재미있는 촌극도 보여드렸다. 한천 마을 분들을 패러디한 촌극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물론 뒷수습하느라고 힘들었지만.

 

 다음날 아침, 제천역에서 해단식을 하고 마지막으로 마을 분들과 잔을 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몇 년 전부터 지속적인 농활을 통해 정을 쌓아온 철환 형님, 중식 형님 두 분께 헹가래를 쳐드렸다. 작별인사를 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목이 메고 눈앞이 흐려졌다. 흐르는 눈물을 겨우 닦으며 형님들과 형수님들께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겨우 할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한 뒤에도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이번 농활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워 온 것 같다. 대학생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고 사람의 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그러면서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을 한천 마을의 우리 형님과 형수님들로부터 배웠다. 또 우리의 보잘 것 없는 노력에도 그 분들이 얼마나 감사해 하시는지를 보면서 그 분들에게 우리 같은 대학생들이 찾아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끝으로 부족한 마을대장을 믿고 따라준 언정대 농활대원들과 계원조형예술대학 농활대원들께 고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마직막으로 항상 한천농활대를 지켜보시고 챙겨주시는 한천마을 형님, 형수님, 어머님, 아버님, 할어버님, 할머님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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