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U대회 투혼 토토사이트 선발전 1위, 박민수 선수(예술체육대·스포츠산업 3)
"체조 더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길"
인천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안마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주종목인 '개인종합'(체조의 6종목을 모두 선보이는 경기)에서는 부상으로 10위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박민수(예술체육대·스포츠산업 3) 씨는 그 순간이 체조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경기 두 손가락 안에 든다고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의 부상은 다음 시즌 대회 준비를 위한 운동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일의 시작은 비우는 것이라고 했던가. 한 시즌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그는 광주유니버시아드 체조 대표선수 최종 선발전에서 개인종합 1위로 다시 한 번 국가대표의 명칭을 얻었다.
포기가 빠른 초등학생이 십 년 동안 걸어온 길
초등학생 박민수(예술체육대·스포츠산업 3)는 포기가 빠른 아이였다. 태권도, 검도는 몇 달만에 그만뒀다. 그나마 꾸준히 택견을 해오던 어느 날, 택견 도장의 관장님이 체조 얘기를 꺼냈다. 관장님이 물구나무와 텀블링을 시킬 때까지만 해도 '이걸 왜 하는거지?'라는 의문뿐이었지만, 관장님을 따라 체조 경기장에 간 후 마음이 바뀌었다. 12살, 그는 10년을 함께할 운동, 체조를 만나게 됐다. "당시 처음 본, 체조를 하는 형들이 멋있어 보이고, 또 체조가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때까지도 이걸 평생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어요. 또 힘들면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어머니가 '한 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라'라고 하셨죠." 체조를 하는 초등학생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체력훈련도 힘들고, 초등학교 때 현장학습도 못 갔었죠. 방학이요? 잊은 지 오래예요. 초등학생 때부터 방학 아침마다 훈련을 했거든요. 정말 눈물콧물 다 빼면서 훈련했습니다. 어머니 말씀 아니었으면 그만둘 뻔한 적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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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를 좋아했지만, 한편으론 힘든 나날이 많았던 그가 체조를 평생 업으로 삼기로 마음 먹은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커다란 부상을 입은 후였다. "허리를 크게 다쳤었습니다. 늘 부상을 달고 다니긴 했는데, 그 때에는 고개를 숙이면 다리에 힘이 턱 풀리면서 쓰러질 정도였어요. 더 이상 체조가 내 길이 아니다 싶었는데, 당시의 코치님께서 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붙잡고 타일러주셨어요. 허리 재활 후로는 무조건 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7살 때 처음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았지만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성적이 모자라 4개월 만에 태릉을 떠나야 했던 박 씨는 고등학교 3학년 이후 계속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광주U대회를 접수할 팔방미인
광주유니버시아드는 다가오는 7월 열리는 종합 스포츠 대회로, 세계 각지의 대학생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으로 아쉽게 개인종합 부분 메달을 놓쳤던 박 씨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 그의 메달을 뺏어갔던 부상은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 4개월은 아무 것도 못했어요. 부상 회복에만 전념을 했죠. 그러다 올 1월에서야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포기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몸 상태가 완전히 바닥에 가까워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나 태릉에서 몸 상태를 꾸준히 끌어올린 그는 전체 체조 선수 중 종합 점수 1위로 광주유니버시아드의 출전 티켓을 가장 먼저 획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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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특정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기보다 모든 종목을 골고루 잘 하는 팔방미인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평행봉(평행한 두 개의 봉을 사용하여 다양한 매달리기, 버티기 자세를 보여주는 종목)과 철봉(철봉을 잡고 흔들기를 중심으로 스윙, 틀기, 비행 동작을 보여주는 종목)에 자신이 있는 그는 "최근 처음으로 평행봉이 재밌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왼쪽 손가락을 보여줬다. 부어있는 중지 손가락 관절이 눈에 띄었다. "근 몇 년간은 평행봉을 '잘 해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재미가 있습니다. 손가락 부상 때문에 평행봉을 잘 못했는데 요즘 좀 괜찮아지고 나서 더 즐겁게 하고 있어요."
태릉이 집 같다고 할 정도로, 박 씨는 태릉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오랜 연습과 여러 번의 대회를 통해 자신만의 경기 스타일을 찾아갔다. 마침내 그는 스스로를 "차분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할 때에는 물론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해요. 운동 선수로서 기합이 필요할 때는 혼자 소리도 지르곤 하지만, 시합 중에는 무엇보다 차분하게 경기에 임하는 게 저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체조 더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
국제대회 경험이 늘어날 수록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노력한다는 박 씨. 그는 "스스로 '나는 최고다'라는 말을 되뇐다"고 했다. "예전에는 국내 대회, 국제 대회 모두 가서 긴장하는 일이 잦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점점 긴장도 줄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나는 최고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와 같은 식으로 스스로에게 말해요.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그에 맞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긴장을 없애는 편입니다." 마음가짐을 중요시 여기는 그는 본받고 싶은 운동선수를 묻는 질문에도 "김연아, 이상화, 장미란, 안현수 선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두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저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선수들을 좋아해요. 정신력이 강하다고 할까. 체조 선수 중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이 형의 자신감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의 최종 꿈은 모든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더불어 그는 " 체조를 더 알리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많은 사람들이 체조하면 양학선, 도마 정도 밖에 모릅니다. 하지만 체조도 정말 많은 종목이 있어요. 그걸 알리고 싶어요. 김연아 선수가 나타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피겨 스케이팅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김연아 선수 덕에 피겨 스케이팅이 유명해졌듯이, 저도 기계체조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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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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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