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토토 트레이너 윤희영 동문(연영.96)
![]() |
최근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특히, 배우 이종석은 극중 상대의 눈을 통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박수하’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종석은 종영 후 인터뷰에서 “첫 촬영부터 마지막까지 오로지 이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했다”며 그간의 노력을 밝혔다. 그런 그의 탄탄한 연기력 뒤에는 치열한 대본분석과 연기 지도로 그를 이끈 스승이 있었다. 이종석의 팔로우 토토 트레이너 윤희영 동문(연영.96),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인터넷한양이 담아왔다.
역할이라는 ‘나무’보다 작품의 ‘숲’을 보게 하는 연기 트레이너
![]() |
배우 이종석, 수애, 정일우, 황정음의 공통점, 바로 우리대학 출신 팔로우 토토 트레이너 윤희영 동문(연영.96)의 제자라는 점이다. 연기 트레이너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직업이다. 연기 트레이너는 어떤 직업일까. 윤 동문은 연기 트레이너를 ‘대본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얼마 전에 설경구 선배(연영.86)의 소속사 연습생 연기 지도를 한 적 있었어요. 설 선배가 우스갯소리로 ‘연기를 누가 누구한테 배우는 게 어디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 때 전 ‘난 연기를 가르친 적 없어, 알려주는 거야’라고 대답했죠.” 트레이너는 배우보다 대본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이 윤 동문의 역할이다. “배우는 해당 배역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큰 그림을 보지 못해요. 나무만 보는 거죠. 그럼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아요. 이것이 ‘프로연기자’에게도 숲을 보도록 일깨워줄 트레이너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연기는 수학공식이나 영어문법과 다르다. 영감으로 행하는 추상적인 예술활동이기 때문이다. 윤 동문 또한 정답이 없는 만큼 제대로 된 연기 지도법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예전에는 생각한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왜 저렇게 연기할까’싶어 강압적으로 지도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한 동안 굉장히 무서운 사람으로 소문도 났었죠(웃음)." 그러던 중, 문득 윤 동문의 지도법을 바꾸게 만든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똑같이 밥을 먹어도 오른손으로 먹는 사람, 왼손으로 먹는 사람, 식탁에 앉아서 먹는 사람, 바닥에 앉아서 먹는 사람 등 다양하다는 것.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 할 수도 없듯이 삶을 모방하는 연기도 마찬가지임을 깨달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이해한 방식을 들어보고 서로 답을 이야기하며 조율점을 찾아가요." ‘젓가락과 숟가락을 동시에 들고 먹는 것보다 번갈아 들고 먹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윤 동문이 인생에서 발견한 연기지도의 핵심이다.
한양에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나다
![]() |
윤 동문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다. 타지에서도 윤 동문은 잘 적응했다. 공부도 곧잘 해 학생 대표로 표창을 받기도 했고, 최고 우등생만 할 수 있다던 학교의 국기계양도 윤 동문의 몫이었다. 모범생이었던 4남매의 큰 딸은 부모님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랑거리였다. 대입을 앞두고 여행 차 고향에 방문한 윤 동문. 윤 동문은 우리대학 연극영화학과 동문으로 공채 탤런트 출신인 아버지의 모교가 궁금했다. 우리대학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우리대학을 방문한 윤 동문. 우연의 일치였을까. 당시 우리대학은 입학시험 신청기간이었다. 윤 동문은 아버지에 대한 동경심과 숨겨온 끼를 감추지 못하고 입학을 지원했다. 그녀는 “홀린 듯 했다”고 회상한다. 어떻게 치렀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간 면접. 윤 동문의 손에는 합격증이 당당히 들려있었다.
합격 후, 그제서야 한국에 와 처음으로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아버지 모교에 합격했고, 여기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말씀 드렸죠. 성공해서 돌아가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어요. 그 후엔 혹시라도 찾으러 오실까 연락을 끊었죠.” 하지만 눈앞에 ‘먹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닥치자 자신만만했던 윤 동문은 막막해졌다. 여행경비를 입시 준비에 몽땅 써버렸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했어요. 극단 배우, 연기 과외를 비롯해 번역 아르바이트부터 자양강장제에 로고 스티커 붙이는 일, 인형에 눈 붙이는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어요. 연영과의 경우, 작품을 준비하면서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타과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에요. 규칙적으로 출근하는 아르바이트는 엄두도 못 내고, 잠을 쪼개가며 틈틈이 일을 했었어요. 최형인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힘들었던 대학시절. 하지만 윤 동문은 한양에서 보낸 이 시간을 ‘터닝포인트’라고 회상한다. “시간이 지나니 아버지도 ‘사람으로서는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씀하세요. 브라질에 계속 살았다면 부모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 거예요. 하지만 학교 다닐 때 먼저 힘든 것을 경험해봐서 인지 지금 연기하는 아이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도 알고요. 지금 제겐 훨씬 좋은 일이죠.”
치열했던 대학생활은 윤 동문의 진로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생활고를 겪으며 현실의 ‘삶’에 눈을 뜨게 된 것. “아르바이트로 경험했던 번역가도 생각해봤지만 그러려면 한국에 온 이유가 사라지더군요. 내가 선택했고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극단에 들어가거나 배우가 되는 것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기엔 여력과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었죠. 열정만 먹고 살기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은 뭘까?’를 고민하며 내면의 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마음보다 머리가 똑똑한 사람’인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래서 직접 연기를 하는 감정적인 일보다 이성적으로 대본을 해석하고 객관적으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일이 제게 맞는 거죠.”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연기 트레이너’라는 옷, 자로 잰 듯 그녀에게 꼭 맞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나누는 팔로우 토토 트레이너
![]() |
연기 트레이너의 길을 걸은 지 어언 10년. 아직도 일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윤 동문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긍정했다.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어린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기도 감이거든요. 내가 옛날에 했던 것, 배웠던 방식을 알려주면 그건 이미 죽은 연기에요. 최신 개그 유행어를 따라 하고, 제자들과 사담을 나누면서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구나’ 깨닫는 거죠. 현재 시대상을 반영하는 대본을 따라잡으려면 내가 변해야 하고, 내가 변하기 위해선 변해가는 ‘요즘 아이들’을 봐야 해요.”
윤 동문은 함께 연기를 가르치는 동문들과 재능기부를 계획하고 있다. 평소 재정적으로 힘들어 연기를 하지 못하거나 지방에 살아 연기지도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일이다. “나중에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경제적으로 어려워 연기공부를 포기하려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제 학생 중에서도 많거든요. 제대 후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데 연기공부를 한다든가, 연기 레슨비를 벌기 위해 중간에 휴학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요.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 새벽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하루 내내 시달리느라 지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전혀 복습하지 못하고 다음 수업시간에 똑같은 상태로 오는 일들이 반복돼요. 연기공부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아르바이트에 밀리는 거죠. ‘과연 이게 효율적일까?’하는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아무것도 몰랐던 스무 살의 저도 우리대학 연영과에서 연기를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주고 싶어요.”
학력 및 약력
![]() |
윤희영 동문은 중, 고등학교 시절을 브라질에서 연기와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하며 지내다 1996년, 여행 차 들른 고향에서 우리대학 연극영화학도의 길을 택한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중 ‘연기 트레이너’로서의 적성을 찾는다. 1997년, 입시연기 강사로 시작해 현재는 프로 연기자들을 돕는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tvN의 오디션 프로그램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주목할 만한 연기트레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종석, 수애, 정일우 등 많은 스타 연기자의 연기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다.
홍윤지 학생기자 yj091@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정성일 사진기자 lii1132@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