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토토는 제가 살아있는 이유입니다.
제가 은퇴를 해도 팔로우 토토는 항상 곁에 두고 살 것 같아요.
꽃은 언젠가는 핀다. 그게 어느 꽃이 됐든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늦게 피는 꽃에 비유되는 사람들은 '대기만성', '칠전팔기'와 같은 대명사가 앞에 붙곤 한다. 주민규(생활스포츠학부09) 동문은 이런 수식어를 선수 시절 내내 들었다. 주 동문은 한양대 재학 시절, 팔로우 토토부의 핵심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드래프트에 지명받지 못했다.
극적인 번외 지명을 통해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 고양 Hi FC에 입단했고,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 팔로우 토토를 시작했다. '번외지명'이라는 작은 기회조차 소중했던 20대 청년이 K리그를 대표하는 득점왕이 되고,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누구나 본인에게 정해진 계절이 있다고 한다. 본인의 계절을 맞이한 주민규 동문을 지난 9일 울산 HD FC 클럽 하우스에서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 HD FC에서 뛰고 있는 주민규입니다. 한양대학교 ERICA 생활스포츠학부 09학번입니다. 반갑습니다!
처음 팔로우 토토를 접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팔로우 토토를 시작하게 됐나요?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 조기 팔로우 토토회를 따라갔어요. 공 차는 게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때 '공 놀이'를 하다가 팔로우 토토를 정식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1년부터 팔로우 토토를 시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팔로우 토토부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어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양대를 다니셨어요.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바쁘셨을 것 같은데 학교생활은 어떠셨나요?
학업을 운동을 하면서 같이 하려다 보니까 학점을 잘 관리하지 못했어요. (그때 성적을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서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웃음). 또 수업을 듣는 곳은 ERICA캠퍼스인데, 운동하는 곳과 숙소는 서울캠퍼스에 있다 보니까 병행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수업은 열심히 듣는다고 들었는데, 지금 졸업한 지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현재 한양대 팔로우 토토부 감독으로 계시는 정재권 감독님이 당시에는 코치님으로 계셨죠. 어떤 분이셨나요?
사실 제가 학창 시절에는 저 스스로가 잘난 줄 알았어요(웃음). 나이를 먹다 보니까 그런 죄송한 부분들이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제가 한양대에서 뛸 때는 신현호 감독님이 팀을 이끄셨고, 정재권 감독님이 당시에는 코치셨는데요. 코치님께서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굉장히 진심을 다해서 가르쳐 주셨어요. 정말 모두가 '잘 됐으면 하는 진심'을 갖고 선수들을 돌봐주셨습니다. 또 저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팔로우 토토를 좋아하시는 분이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항상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모여 모교에서 오래 감독을 하실 수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동문님이 팔로우 토토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떤 분야로 진출했을 것 같나요?
저는 골프 선수를 한 번 노려봤을 것 같아요(웃음). 골프를 좀 많이 좋아합니다. (휴식)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많이 나가지는 않는데 골프 보는 거를 좋아해요. 시즌이 끝나면 가끔 한 번씩 치곤 하거든요. 근데 또 시즌이 끝나는 시기가 겨울이어서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최근, 주 동문님에게 축하할 일이 생겼죠. '33세, 333일'이라는 역대 최고령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선발됐습니다. 발탁 소감에 대해 여쭐게요.
제가 팔로우 토토를 시작한 이유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였어요. 어렵게 국가대표에 들어간 만큼 굉장히 기뻤습니다. 제 가족들과 지인들한테 자랑스러운 선수가 됐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성취감도 느꼈고요.
당시 주 동문님을 발탁했던 황선홍 감독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라고 했는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발탁 이유는요.
아무래도 안타까워서 뽑아주신 게 아닐까 생각해요. 왜냐하면 같은 스트라이커로서 굉장히 외로운 선수고, '인정을 못 받는 선수다'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특히 황선홍 감독님이 뽑아주셔서 더 기뻤는데, 한국 팔로우 토토에 한 획을 그었던 스트라이커 감독님이셨으니까요. (부담감은 없었나요?) 물론 당연히 그런 부담감은 있고요. 근데 부담감을 최대한 즐기려 하고 있어요. 국가대표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K리그를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울산 HD FC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제가 생각하기엔 대한민국 최고의 구단입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요. 돈도 많고요(웃음). 잘생긴 선수들도 많아요. 또 팔로우 토토를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무엇보다 팬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홈구장인) 문수구장을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멋있거든요. 저희는 이런 구단입니다.
K리그에서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팀 분위기도 좋을 것 같은데요.
저희 팀 분위기는 항상 좋아요. 사실 순위가 아직 좋다고 얘기하기 좀 그래요. 이제 시작이라서 현재 순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마지막에 우승하는 팀만이 좋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에 지금은 그 정상을 가고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울산이 K리그1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했는데요. 지난해 우승은 남달랐을 것 같아요. 팀의 고공행진에 확신을 주는 우승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셨나요?
매 시즌마다 매번 우승하고 싶죠. 근데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저희가 힘든 시기에 어떻게 극복을 하느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울산은 이래서 우승 팀이구나'를 많이 느꼈습니다. 위기 때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선수들부터 감독님, 코치님들까지 다 인지하고, 헤쳐나갔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울산 HD FC에선 홍명보 감독님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주 동문님이 생각하시기에 홍 감독님은 어떤 감독님이신가요.
존경받을 만한 감독님이십니다. 제가 감독님을 평가할 수가 없어요.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마치 군대 같은 거죠. 감독님을 경험해 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독님입니다. 홍명보 감독님은 말에 힘이 있는데, 걸어 다니는 명언 책이십니다. 감독님께서 얼마나 책을 많이 읽으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언들이 일상생활에서 막 나와요. 제가 흐트러질 때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딱 정신을 잡고 운동장에 나가는 일이 굉장히 많아요. 그렇기에 많은 선수들이 감독님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어요.
홍명보 감독님이 해주신 말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요?
감독님께서 저희를 모아놓고 훌륭한 팀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너희는 훌륭한 선수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훌륭한 팀이다.
좋은 선수들은 돈으로 사 올 수 있지만,
훌륭한 선수들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나중에 향후 지도자가 된다면 이런 팀을 만들고 싶어요. 좋은 팀이 아닌 훌륭한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21년, 2023년 총 두 차례에 걸쳐 K리그1 득점왕을 수상했어요. 주민규 동문에게 득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을 수 있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득점왕은 저한테 스트라이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계기인 것 같아요. 스트라이커한테 골은 없어서는 안 될 그런 기록이죠. (본인의 득점 비결을 꼽아보자면요?) 최고의 구단들을 찾아간 것 같아요. 좋은 선수들이 있는, 또 좋은 서포터를 해줄 수 있는 그런 좋은 구단들을 찾아갔기 때문에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팔로우 토토를 하지 않을 때, 쉬는 날엔 주로 어떤 걸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는 쉬는 날에 경기가 있으면 무조건 팔로우 토토 경기를 챙겨봐요. 저희랑 경쟁해야 하는 팀들이기 때문에 안 볼 수가 없어요. 웬만하면 다 챙겨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토요일에 저희 팀 경기가 있다면 일요일 경기들은 정말 6시간 넘게 TV 앞에 앉아서 계속 보고 이럽니다. (타팀 경기를 보며 가장 견제됐던 팀이 있다면) 없어요. 울산이 최고의 구단입니다. 어디 견제할 것도 없고요. 저희 내부만 잘 관리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모든 팀이 다 견제되는 되죠. 누구 하나 얕잡아 볼 팀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에 맞게 저희도 항상 최고의 준비를 해서 경기를 나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팀만을 뽑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팔로우 토토를 하며 우여곡절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아요. 그중 가장 힘든 순간을 뽑아보자면요.
한양대학교 졸업하고 드래프트 발탁 안 됐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래도 명문 대학교인 한양대를 나와서 프로로 갈 줄 알았는데, 못 갔잖아요, 그때 가장 힘들었어요. 정재권 감독님께서 힘을 좀 더 써주셨으면 그래도 프로에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잘 안 써주셔서요(웃음). 농담이고요. 사실 당시에 여러 팀에서 오퍼가 있었는데, 드래프트 현장에서 정신이 없다 보니까 그래서 못 뽑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드래프트 후에 고양 HI FC에서 오퍼가 와서 가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제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드래프트 현장에서 담당자들이 정신이 아무리 없더라도 제가 그 구단의 1번이었으면 무조건 뽑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제가 대학교 때까지 순탄하게 잘 오다 보니까 자만했던 게 아닌가,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만약 다시 대학생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아니요. 제 성격상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고,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렇게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가장 힘든 순간이기도 했지만,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팔로우 토토를 하셨잖아요. 주민규 동문에게 '팔로우 토토'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살아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팔로우 토토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요. '은퇴한 뒤에 팔로우 토토를 멀리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는 항상 팔로우 토토를 곁에 두고 살 것 같거든요. 팔로우 토토는 제 삶의 이유입니다.
삶의 좌우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저는 이 말을 가장 좋아해요. 드래프트 안 됐을 때부터 항상 머릿속으로 되새기면서 살아왔거든요. 위기가 있으면 곧 기회가 있고, 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30대를 넘어서며 나이키의 'Just Do It'이 들어오더라고요. 지금의 제 나이가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해야 하는 나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말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국가대표라는 하나의 큰 꿈을 이루셨는데, 이후 팔로우 토토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사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이뤘기 때문에 다음 스텝이 있는데 제가 나이가 좀 많긴 하거든요. 하지만, 꿈은 어차피 꾸라고 있는 거니까요. 월드컵을 가보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라는 꿈은 있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국가대표로서 월드컵에 나가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은퇴할 때까지 갖고 갈 꿈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먼 미래겠지만, 은퇴 시기를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45세까지 뛰고 싶어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기록을 깨보고 싶어요. 현역 필드 플레이어 기록이 41세 이동국 선수라고 알고 있는데, 그것보다 하루라도 더 뛰고 가고 싶어요.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 주민규 동문의 득점력, 피지컬 등을 말하며 롤 모델로 꼽고 있는데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굳이 누구를 따라가려고 하기보다는 팔로우 토토를 재밌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같아요. 그냥 '득점력을 키우고 싶다', '팔로우 토토를 잘하고 싶다'고 따라 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 맞게 '공 놀이' 팔로우 토토를 행복하게 즐기고, 선수 생활과 학교생활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제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은 좀 더 팔로우 토토를 즐겼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프로 구단에 입단할 수 있는 문이 많이 좁아졌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때의 주민규 동문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한양대 선수들이 많을 것 같아요.
현재 드래프트가 없어졌잖아요. 지금은 근데 사실 프로에 들어가기가 굉장히 좁아졌다고 늘 얘기하는데, 위에서 얘기했듯이 팔로우 토토할 때만큼은 그냥 즐겼으면 좋겠어요. '프로에 못 가면 어쩌지'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팔로우 토토를 즐기다 보면 관문을 하나씩 넘게 될 겁니다. 또, 시간이 흐르다 보면 빛이 날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