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과 구민석, 서예원 학생

한양대 박물관 고고식연구실에서 2021년 1월 초 캄보디아 2차 발굴조사를 위해 출발한 이후, 캄보디아 프놈펜 현지에서 자가격리를 실시한 학부생 두 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식사 주문과 5분" 1월 11일 월요일 자가격리 4일차

(문화인류학과, 구민석)

자가격리 중의 호텔에서 사람을 만날일은 거의 없다. 하루 3번의 식사시간 식사를 가져다 주는 직원 정도가 전부이다. 자가격리기간 호텔에서 식사는 종이에 날짜, 아침, 점심, 저녁의 메뉴를 작성하고 내가 먹고 싶은 시간을 작성해서 미리 제출하면 해당 날짜와 시간에 밥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심 저녁을 먹고자 하는 시간인 12시와 18시의 경우에는 배달이 밀려서 그런지 11시 30분부터 13시 사이와 같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오지는 않는다. 3일차까지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예 시간을 일찍 작성하여 밥을 일찍 받고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있었다.

밥은 한끼당 10US$로 캄보디아 물가를 생각하면 조금 비싼 편이다. 밥의 가격도 가격인데, 매일 3끼를 다먹고 방안에만 있으면, 자가격리가 끝나갈 때 쯤에는 몸무게가 못해도 5kg는 늘어났것만 같은 걱정에 하루에 2끼만 먹고자 마음먹었다. 3일차인 일요일은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 저녁만 먹었었다. 점심과 저녁만 먹는 것에는 문제가 있었다. 아침메뉴에는 작은 물과 과일을 포함하지만, 점심 저녁 메뉴의 경우에는 메인메뉴 단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결국 물을 따로 가져다 달라고 얘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4일차에는 아침 메뉴 no.1을 시키고, 점심은 1US$의 밥만 따로 시켜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과 참치와 먹고자 마음먹었다. 저녁의 경우에는 아침 메뉴를 아침에 다 먹지 않고, 과일은 아껴두었다. 저녁시간 때 쯤 간식으로 먹고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4일 아침 메뉴가 도착했고, 나는 아침을 받으며 5일차 식단과 팁을 직원에게 건넸다. 5일차는 같은 아침 메뉴와 점심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를 주문한 상황이었다. 이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오전일과를 하던 중 슬슬 배가고파 식당에 전화해서 크메르어로 밥 한공기만 주세요인 “쏘옴, 바이 써 무이 짠”이라고 말했지만, 나의 발음이 이상했는지 직원은 나에게 오히려 영어가 가능하냐고 물었고, 나는 영어로 “ A bowl of steam rice, please”라고 말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기다리고 있자, 곧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가서 문을 열었는데, 5일차에 시킨 점심인 샐러드와 공기밥 두 개를 들고 있는 직원이 나의 앞에 서있었다. 직원에게 샐러드는 오늘 시킨 것이 아니라 내일 시킨거다라고 따졌지만, 나의 영어실력도 그의 영어실력도 별로였기에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샐러드와 밥을 받아와서 샐러드는 저녁에 먹기 위해 냉장고로 밥은 나의 뱃속으로 넣었다. 그렇게 배가 좀 부르고 나니, 내일 아침이 걱정되었다. 내일 시킨 점심을 오늘 가져다 주었는데 내일 아침은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프론트로 전화를 걸었다. 내일 내 아침 주문을 체크해보고 싶다고 얘기 했더니, 나에게 주문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나의 영어 실력을 최대한 사용해, 내일 시킨 음식이 오늘 주문으로 잘 못 체크된 것 같다고 설명했고, 결국 호텔 측의 사과를 받았다. 이후 다음날 아침을 시켰다. 그렇게 식사와 관련된 일이 끝나자. 방 창문을 열고 싶었다. 방에서 고추장 냄새와 참치냄새가 진동하였다. 하지만 창문은 잠겨있었다.

다시 한 번 프론트로 전화하여 내방 창문을 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창문을 열수 있냐고 물었고, 프론트에서는 직원을 보내겠다고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때가 13시였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14시 오후 미팅을 진행하고 났는데 여전히 직원은 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프론트에 전화를 하니 이번에는 미안하다고 하고 그냥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문을 열수 없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지며. 창문열기를 포기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갑자기 호텔 방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저녁은 주문하지 않았고, 따로 룸서비스를 시킨 것도 없는데 의아했다. 문을 열자 남자직원이 나에게 종이를 들이밀며 사인하라고 하는 것이다. 종이의 내용을 보니 창문을 열어서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은 내가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창문연다고 특별히 사고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아, 사인을 했다. 그러자 직원이 또 ‘5분’만 기다리라고 하고 가는 것이다. 나는 말그대로 ‘5분’이라고 생각해 문을 열어두고 기다렸지만, 1시간이 지나도 직원은 오지 않았다. 이때 알게되었다. 호텔에서 매뉴얼로 5분만 기다려달라고 표현하라고 되어있구나, 혹은 캄보디아에서 ‘5분’ 기다려 달라는 표현은 잠시 기다려 달라는 표현이구나 하고 말이다. 결국 직원은 그들 기준의 ‘5분’ 후 나의 방 창문을 열어주었다.

 

"밀가루와 당의 소중함" 

(문화인류학과 서예원)

ⓒ서예원 학생
ⓒ서예원 학생

평소 빵・케이크 등의 디저트를 정말 자주 먹기 때문에 격리 생활 중 가장 걱정되는 것이 디저트를 참는 것이었습니다. 혹여나 배달이 될까 싶어 캄보디아의 유명 배달 어플 ‘푸드판다’를 다운 받아 디저트 맛집으로 보이는 카페를 선정해놓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호텔 차원에서 외부음식반입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첫날부터 절망했습니다. 룸서비스 메뉴를 봐도 디저트와 관련된 것들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같은 호텔에 격리되어 있는 단체 카톡방에, 먼저 격리되어 있던 한인 선배님들이 히든 메뉴로 케이크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심지어 메뉴도 다양했습니다. 너무 신나서 ‘black forest’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초콜릿 케이크를 바로 주문하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맛은 역시 한국의 빵이 제일이지만, 당을 충족하기에는 충분하였습니다! 그리고 하프 사이즈를 주문했지만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이라 조금 덜어 같은 층을 쓰는 다연언니 방 문 앞에 후다닥 놓고 왔습니다. (단톡방에서 복도를 걷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케이크를 먹은 것은 자가 격리 중 가장 행복했던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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