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크레이터즈 대표 최종언 군(공학대ㆍ기계2)

 

   

 

더 이상 ‘컬러’로는 부족하다. 1980년 12월 1일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컬러TV가 방송됐던 날이다. 흑백화면에 익숙했던 한국인에게 컬러TV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컬러TV의 등장과 함께 신문, 잡지 등 인쇄물의 컬러도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컬러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평면에서 공간으로, 색채에서 형상으로 새로운 차원을 갈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머지 않아 모두의 안방에는 3차원의 조형물을 뽑아내는 3D프린터가 들어설 것이다. 이번 기사의 주인공은 누구보다 일찍 새 차원의 문을 열어젖혔다. 3D프린터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 ‘오픈크리에이터즈(OPENCREATORS)’의 대표 최종언 군(공학대·기계 2)이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 군을 인터넷한양이 만났다.

 

오픈크리에이터즈(OPENCREATORS), 새 차원의 문을 열다

 

   

 

오픈크리에이터즈는 개인용 3D프린터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최 군과 그의 고등학교 동창 강민혁 군(세종대·나노신소재 2)이 회사의 공동 대표다. 이들은 플라스틱 실을 녹여 형상을 ‘쌓는’ 프린터를 제작한다. 실타래 모양의 플라스틱 실이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플라스틱 한 줄을 뽑아 노즐로 내보낸다. 이때 순간적으로 강한 열을 가하면 플라스틱이 녹아 0.3mm의 얇은 실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말리는 것을 반복하며 층층이 쌓아 제품을 완성시킨다. 3D 프린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각종 모형을 쉽게 얻을 수 있어 건축 및 디자인 분야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의학계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개인에게 꼭 맞는 인공 뼈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 최 군은 “학생들을 위해 사비로 제품을 구매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계셨다”며 “3D프린터는 교육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중소기업에서 프로토타입(Prototype,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전 시험적으로 만드는 모형)을 만들 때도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좌충우돌 그들의 3Dtoto korea 토토사이트 제작기

 

   

2009년 공익근무요원 복무 중이던 최 군은 렙랩(REPRAP)이라는 블로그에 접속했다. 3D프린터 제작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사이트다. 마침 같은 동네에 살던 강 군이 관심을 보였고, 이들은 본격적으로 3D프린터 개발을 기획했다. 그리고 그 제작기를 블로그에 꾸준히 개재했다. 첫 번째 프린터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 어느 사업가가 이들의 블로그를 보고 ‘자금을 지원할 테니 3D프린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 그러나 막상 오픈소스만 보고 프린터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전공과 무관한 전자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설명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울러 프린터 제작에 필요한 부품 이름이 영어로 되어 있어 구하기가 힘들었다. 최 군은 “청계천이나 구로 기계 상가에 가서 부품 이름을 대면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프린터를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4개월 후. 이들의 첫 번째 프린터는 당시 자금을 지원했던 사업가가 사용하고 있다. 비록 최근에 나온 제품에 비해 거대하고 출력 품질도 떨어지지만, 지금의 오픈크리에이터즈를 있게 해준 소중한 자산이다.

 

당시 개인용 3D프린터의 가격은 3000만원을 호가했다. 최 군이 제작한 프린터는 그에 비해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블로그에서 꽤 인기를 얻었다. 그는 3D프린터를 본격적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워크샵을 열었다. 프린터를 구입한 이들을 회사로 초대해 직접 자신의 프린터를 조립하게 한 것. 워크샵은 최 군이 다음 제품을 준비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워크샵을 통해 모인 돈으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오픈크리에이터즈는 지난해 중소기업진흥청의 예비창업자지원프로그램에 선정되어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3D프린터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과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이들은 두 번째 3D프린터(NP-Mendel)를 탄생시켰다. 특히 ‘크기’와 ‘가격’에 주안점을 두고 신제품을 기획했다. 처음부터 책상에 올라갈 정도의 크기를 생각했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되도록 표준 규격 제품을 사용했다. 최 군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가 적고, 또한 표준 규격 부품을 사용해 추가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몬드(Almond), 세상을 만날 채비를 하다

 

   

지난 10월 7일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한국전자전이 개최됐다. 오픈크리에이터즈는 해당 전시에서 그들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 중 가장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나무 케이스의 느낌을 살려 이름은 아몬드(Almond)로 붙였다. 최 군은 “제품 소개용 페이지가 두세 번 다운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접속했다”며 호의적인 평가에 기대를 내비쳤다. 이번 제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디자인을 크게 고려했기 때문. 아몬드는 오픈크리에이터즈가 디자이너와 협업한 첫 번째 제품이다. 최 군은 “가구 느낌을 주기 위해 나무를 사용했다“며 “디자인에 신경을 쓴 만큼 가정용으로 널리 보급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제품 조작도 훨씬 간편해졌다. 단순한 버튼 동작만으로 프린터를 작동할 수 있게 됐다. 아몬드는 현재 생산 직전 단계다. 아직 시중에 출시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일본 수출도 확정된 상태다. 최 군은 “올해 말까지 아몬드를 시중에 출시하는 게 목표”라며 “나아가 일본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해외시장을 확보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실과 이상, 그 중심에서

 

 

   

 

단순히 흥미를 위한 작업과 사업은 확실히 다르다. 사업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아무리 즐거운 일도 꽤나 성가신 일이 되고 만다. 최 군은 “사업을 하면 세금 문제나 돈 관리, 홈페이지 운영을 다 신경써야 해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애프터 서비스에 큰 애를 먹었다”고 했다. 고객들이 전화로 상황을 설명할 때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많았던 것. 최근에는 홈페이지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우려가 크게 줄었다. 구매 고객들이 자체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분위기가 정착됐기 때문. 오픈크리에이터즈는 회원 수 약 7000명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오픈크리에이터즈의 주된 특징 중 하나였던 오픈소스 시스템을 중단하고 최근 자사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 군은 “기술을 사용했다면 원 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오픈소스를 악용해 마치 자사 기술인 것처럼 둔갑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픈 소스의 진짜 의도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오픈크리에이터즈는 창업 이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최 군은 “올해 여름부터 지금까지의 실적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3D프린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그는 “작년까지는 3D프린터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지만 이제 기본 개념은 모두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오픈크리에이터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뷰 요청이 부쩍 늘었고, 두 대표는 ‘서울디지털포럼(SDF; Seoul Digital Forum)’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연사로도 출연했다. 특히 서울디지털포럼은 회사가 지금의 규모를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현재 직원의 대부분을 그 자리에서 만났다. 최 군은 “가끔 프린터를 구매한 고객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온다”며 “아이들 장난감을 만들었다거나,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는 평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일단 도전할 것, 모든 조건 만족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최 군은 우리대학 재학생들에게 “생각만으로는 미래를 알 수 없다“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도전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가 도전 앞에서 머뭇거린 시간이 길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3D프린터를 접하고 직접 만들기까지 1년 반을 흘려 보냈다. 모든 것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소한 일에 신경을 쏟았다. 최 군이 3D프린터 제작에 돌입한 것은 공동 대표 강민혁 군을 만난 후 부터다. 최 군은 “민혁이는 굉장히 추진력 있는 친구다. 그가 아니었다면 프린터 제작을 미루기만 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만들어보니 알겠더라, 모든 조건을 만족할 때까지 기다리면 정말 해야 할 일은 뒷전이 된다”고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지 모르니 무엇이든 시도한다면 관심을 갖는 이들이 생길 것”이라며 “도전이 망설여지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전했다. 3D프린터 시장에 뛰어든 후 최 군을 찾아온 여러 행운이 그의 조언을 증명하는 셈이다.

 

창의적 소통을 꿈꾸는 오픈크리에이터

 

   

 
최 군은 지난 2년 간 휴학했다. 회사 일이 바빠 내년에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단기 목표는 신제품 아몬드 생산을 확정 짓는 것이다. 최 군은 앞으로도 ‘즐거운 만들기’를 계속하려 한다. 특히 그가 준비 중인 사이트는 창조적인 이들의 집합소가 될 예정. 최 군은 “앞으로도 이것저것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준비하는 사이트는 이용자가 자신이 만든 기술을 공개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영감을 얻었던 ‘렙랩’과 닮은꼴이다. 한편 최 군은 언젠가 ‘3D스캐너를 개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3D스캐너는 원하는 물체를 3D프린팅에 적합한 형식으로 바꿔줄 수 있는 기계다. 별도의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도안 제작 기술이 없는 일반 이용자에게 몹시 유용하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은 보급형 프린터 출시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점을 명확히 짚었다. 이들의 ‘차원이 다른’ 프린터가 보여줄 무궁무진한 세계를 기대해본다.

 

 

곽민해 학생기자 cosmos3rd@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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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진 사진기자 flowkj@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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