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구 물리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극한 에너지 우주선(Cosmic Ray)을 발견했다고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천 교수가 발견한 우주선은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이다. 이는 기존 물리학의 표준 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적 발견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천 교수를 만나 이번 발견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우주선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미시 입자이다. 우주선 구성의 90퍼센트는 양성자, 10퍼센트는 헬륨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우주선의 발생 원인과 지구로 도달하는 과정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중성자별이나 감마선 폭발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우주선을 관측하고 발생원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우주의 비밀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천 교수가 지난해 새롭게 발견한 우주선은 2.44×10²⁰전자볼트(eV)의 에너지를 갖는 ‘극한 에너지 우주선’이다.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갖는 우주선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 우주선의 근원이 빈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주 강력한 우주선이 우주의 국소적 빈 공간(Local Void)에서 발생했다”며 “큰 에너지를 발생시킬 발생원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기에 현재는 암흑물질이 그 원인이라고 예측한다”고 답했다.

또한 우주선의 에너지가 강할수록 우주의 자기장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약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의 경우 자기장의 영향으로 발생원부터 지구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심한 왜곡이 발생한다. 반면 강한 에너지의 우주선일수록 자기장에 의한 왜곡이 발생하지 않아 그 발생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기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우주선의 발생원을 연구한다면 우주선의 발생과 전달 과정의 메커니즘까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중요성을 지닌다.

성균관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진의 기술이 우주선 발견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우주선 관측 시 사용한 지표 입자검출기 기계는 국내 연구진이 직접 제작했다. 천 교수는 “미국 유타(Utah)주 사막에 관측 기기를 설치해 우주선을 관측했다”며 “우주선이 지구로 떨어지며 질소와 결합해 생성되는 ‘뮤온(Muon) 입자'를 지표 입자검출기 기계를 통해 어디에서 얼마나 날아오는지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앞으로 우주선 관측에 필요한 측정 영역을 3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우주선 발견이 의미 있었지만 수집한 데이터 양이 많지 않았다”며 “실험과 이론을 통한 복합적 연구로 새로운 물리 현상을 연구하고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우주 지도를 그리고 싶다”고 답했다.

천 교수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을 연구하는 거시 물리학 연구와 동시에 초기 우주 상태를 구현하고 그 상태를 연구하는 미시 물리학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그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입자들이 발생하는 과정은 대부분 표준 모형에서 예측할 수 있다”며 “예측에 벗어나는 결과를 새로운 물리 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향후 연구 목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연 과학 분야의 연구자를 꿈꾸는 한양인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천 교수는 “물리학은 크게 이론과 실험으로 나뉘는데, 학위 과정은 대부분 이론 물리학에 치중돼 있는 상태다”며 “실험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져 공부한 이론을 직접 점검하고 더 나아가 다른 연구자와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론 물리학과 실험 물리학을 모두 꾸준히 공부한다면 취업이나 연구를 고루 잘할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