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위해 준비한다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알집, 알약 소프트웨어를 써봤을 것이다. 파일을 압축하고 풀 때 쓰는 알집,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를 검사하고 치료할 때 쓰는 알약은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내려 받아 쓸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알송’으로 노래를 듣는 네티즌도 부쩍 늘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가 (주)이스트소프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93년 어느 열정적인 대학생 프로그래머에 의해 세워졌다. 대학 재학 중 벤처기업을 세우고 지금의 회사로 키운 사람은 바로 김장중(응용수학 98년 졸) 비타임 토토이다. 김 비타임 토토을 만나 창업과 대학시절, 회사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각과 가치 공유 할 수 있어야 좋은 회사”


김 비타임 토토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주)이스트소프트 연구개발(R&D)센터가 있는 신림동. 신축 빌라 속에 숨겨진 연구개발(R&D)센터에는 직원들이 조용하면서도 활력 있는 모습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일하고 있었다. 대표이사 실에서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은 김 비타임 토토은 직원 잘 챙기기로 회사에 소문났다. 직원들의 생일이 있을 때는 대표이사가 직접 쓴 카드와 생일선물을 주거나 생일케이크를 전달하기도 한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대학 다니다가 중간에 휴학하고 벤처기업을 만들었어요. 회사를 경영하는 초기에 어려운 일이 많았죠. 회사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규모에다 어느 정도 운영을 할 만하니 IMF가 오더군요. 회사가 힘들었던 시절에 유능한 인재들이 함께 해준 것에 대해서 진한 고마움이 남아있어요. 그들은 회사가 안정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비전을 보고 믿고 따라왔어요. 상당수가 아직도 회사에 근무 중인데 급여 이외에 다른 측면에서 보상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소하지만 그런 행사를 통해서 직원들하고 많이 소통하려고 해요.”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비타임 토토은 신입 사원을 뽑을 때도 의리 있는 사람을 선호한단다. 아무래도 회사에 들어와서 일하려면 개인 능력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나아가 그는 사업을 할 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해야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느낌이 좋은 회사’를 모토로 내세웠다. 물론 이는 회사 임직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느낌이 안 좋은 회사가 많아요.(웃음) 그렇기 때문에 느낌이 좋은 회사가 되자고 생각했는데 직원들이 홈페이지 만들면서 정리한 거 같습니다. 저희 회사가 원하는 인재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면서 의리 있는 사람입니다. 개인 능력보다는 팀워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인데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신뢰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 서로의 생각이 동기화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볼 수 있어요.”

“비타임 토토웨어 무료 배포는 더 큰 꿈 이루기 위한 과정”


느낌이 좋은 회사를 꿈꾸는 이스트소프트에는 여러 가지 사업 모델이 있다. 알집, 알약, 알송과 같은 알툴즈를 비롯해 인터넷 디스크, 비즈니스하드, 카발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이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알약’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치료까지 무료로 해주는 백신 소프트웨어로 누리꾼(네티즌)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무료로 배포하면 수익을 얻기 힘들기 마련인데 왜 무료를 고집한 것인지 김 비타임 토토에게 물었다.

“꿈이 크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마다 돈을 받고 팔 수도 있어요. 그러나 무료로 배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등 인프라 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 반면 보안 의식은 낮은 수준이에요. 시중에 있는 비타임 토토웨어 중에는 검사는 무료로 해주면서,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돈을 지불하라고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웠어요. 물론 무료로 제품을 내놓는다고 돈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에요. 품질 유지를 해야 되니까요. 하루 3~4차례 업데이트를 하는 네트워크 비용이 들어갑니다.”

무료 공급에 업데이트 비용까지 드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 수익은 어떻게 얻을까. ‘알약’ 덕분에 이스트소프트의 인지도는 높아졌고 공익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생겼지만 그래도 사업은 이윤을 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 비타임 토토은 대답으로 ‘품질’을 꺼냈다. 제품을 파는데 신경을 쓰기보다 품질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합리적인 시장은 이것을 구매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역발상인 셈이다. 이런 그의 회사는 현재 코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얼마 전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했어요. 지금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고 봐요. 이미 8년 전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왔고, 외부 주주가 생긴 지도 꽤 됐어요. 상장은 회사가 성장하는 하나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도 ‘우리는 항상 성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요. 상장은 성공을 위한 첫 걸음인 셈이죠. 언젠가는 나스닥 상장도 할 겁니다.”

“창업, 단단히 각오하라”

회사를 더욱 성장시켜 나스닥에까지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 비타임 토토은 응용수학과를 나왔다. 대입 시절, 전자공학이나 전산, 컴퓨터공학 등 공과계열을 생각하다가 수학과에 입학한 그는 기초 수학이 창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짜거나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경영에 필요하다는 것. 특히 확률은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때 유용하게 쓰였다고 한다. 학부시절 지금의 회사를 창업한 김 비타임 토토은 의외로 ‘대학생 때 창업하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창업과 관련된 질문 많이 받아요. 저는 어지간하면 대학생 때 창업하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나이가 들어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포기해서 아쉬움이 남아요. 대학 때는 본격적으로 취미생활을 만들어야하는데 저는 아직도 뚜렷한 취미가 없어요. 이것저것 좋아하는 일은 많죠. 영화보고, 책 읽고, 당구치고 하는 것은 취미라고 하기엔 진부해요. 현실에선 창업을 하면 정말 많은 것을 버려야 돼요. 아주 단단히 각오해야 합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바쁘다.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 한다. 자연히 술자리도 많고, 가정에 쏟을 시간도 부족해진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다. 그나마 회사가 잘 돌아가면 좋고, 그렇지 않을 때는 금전적인 부담이나 심리적 압박감도 심하다. 김 비타임 토토은 창업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극단적 표현으로 계백처럼 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지향적인 사람이 가족지향적일 수 없다며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자기(自己)를 알아야 됩니다. 내가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들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런 행복을 포기하면서 야망을 좇을 것인가에 대해 자기 대답이 있어야 해요. 그 두 가지는 양립하기 어렵거든요. 그리고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성격인지 리스크 회피 형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야망은 있으나 리스크를 피하는 타입이면 거기에 걸맞은 일을 해야 돼요. 무턱대고 열정만 가지고 창업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워렌 버핏처럼 되려면 그 사람처럼 평생을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합니다.”

“작은 소망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가장 되는 것”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김 비타임 토토에게 개인적인 바람을 물었더니 의외로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 아이 그리고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와 남편이 되겠다는 것. 친절하게 놀아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애초 포기했다고 말하는 그는 ‘아빠가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아이가 어렴풋이 알고 있다’며 그런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가 커질수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기회도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존경받는 가장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글 : 정 현 취재팀장 opentaiji@hanyang.ac.kr
사진 : 권순범 사진기자 pinull@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김 비타임 토토은 대학 휴학 중이던 지난 93년 10월 (주)이스트소프트를 설립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98년 응용수학과를 졸업하고,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관련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학부 졸업 이후, 본교 경영대학원 전략벤처경영과정을 마치는가 하면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디지털경영자과정(DMP)을 수료하고,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벤처경영자과정(AVM)도 마쳤다. 김 비타임 토토의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정보통신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인물상’(2002), 일본 Miura-Aoki Award ‘해외특별상’(2003), ‘대한민국 혁신 경영인 대상’(2006)을 받았으며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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