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독서인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백남학술정보관 2021학년도 1학기 최다 대출 도서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해 다사다난했던 지난 학기, 서울캠퍼스의 백남학술정보관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대출해 읽은 책은 무엇일까? 1위는 꿈의 존재에 대한 판타지 소설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이며 2위는 매 학기 꾸준히 순위에 들고 있는 <미시경제학>(이준구)이다. 3위는 소년의 성장 서사가 담긴 소설 <아몬드>(손원평), 4위는 능력주의의 결함을 지적하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이다.
교내 문학동아리 라미문학회와 독서 소모임 독화술의 회원들이 위의 책을 읽고 감상평을 남겼다. '라미문학회'는 문예 창작 중앙동아리로 문학을 사랑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은 학생들이 모였다. '독화술'은 화학공학과 독서 소모임으로, 소속 학생들은 매주 한 권 책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 라미문학회의 류재원(경영학부 4) 씨와 독화술의 김민경(화학공학과 4) 씨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야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주인공 페니가 꿈을 팔고 있는 꿈 백화점에 입사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책이다. 꿈 백화점은 하늘을 나는 꿈,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 등 다양한 꿈을 팔며 꿈을 꾸고 느낀 감정을 대가로 지불한다. 등장인물들은 꿈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모두 잊게 된다.
이 책의 소재인 꿈 백화점은 독자에게 신선함과 상상력의 발판을 제공한다. 독자들은 등장인물들과 함께 삶의 용기를 얻고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독화술의 회원 김 씨는 “꿈 백화점의 주인 달러구트가 한 말인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을 읽고 공감과 용기를 얻었다”고 답했다. 김 씨는 감동적인 줄거리와 한국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책에 녹여내 잔잔한 재미와 힐링을 느낄 수 있음을 좋은 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현재의 의미와 꿈의 역할을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봤다. 김 씨가 정의한 현재와 꿈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현재는 과거에 영향을 받고 미래에 영향을 주는 시간이며, 꿈은 과거의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며 미래에서 잊어버릴 수 있는 추억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 씨는 “실제로 꿈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자신감을 얻은 적이 있기에 꿈은 또 다른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고민이 많아 쉽게 잠들지 못하는 학생들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함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착각' 이야기
"능력주의는 불공정하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능력주의에 대한 얘기를 펼쳐낸다. 책에서 정의하는 능력주의란 오직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보상과 지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능력주의가 미친 폐해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능력주의가 사회에 미친 영향력과 극복 방향성을 설명한다. 이 책은 능력주의의 폐해로 사회, 교육(학벌주의), 정치 분야를 거론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능력주의를 버리고 겸손을 갖추며 공동선을 기를 것을 주장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이 책은 독자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준다. 라미문학회 부회장 류 씨는 대입에서 입시생들을 추첨으로 선별해야 한다는 작가의 발상을 예시로 들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능력주의의 오만을 깨달을 수 있다는 새로운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류 씨는 “지금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이지만, 차후에 생각할 여지를 열어놓음으로써 저자는 독자의 사고 폭을 넓혀줬다”고 답했다. 책에 등장하는 각종 사례는 대부분 서구의 정치 현실에서 가져온다. 류 씨는 “실제 사례는 책의 현실성과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며, 능력주의와 사회 변화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류 씨는 스스로가 능력주의적 전제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입시 부정 사건에 대해 근본적 문제인 입시가 치열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며 능력주의적 세계관을 비판한다. 사회는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해당 사건의 해결책을 찾는 데서 그친다고 주장한다. 류 씨는 “능력주의적 관점이라는 생소한 프레임을 인식하고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계기를 얻어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아울러 류 씨는 소득 불평등, 지구 온난화 등 공적 담론에 대해 평소 갖던 의문을 해결했다.
류 씨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부터 마치 한국 사회를 겨냥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 담겨있는 사회의 건전성을 향한 발상의 전환을 읽으며 학생들이 가진 고민,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 씨는 경쟁에 지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과 한국의 정치·사회적 정의에 의문점을 지닌 학생들에게 <공정하다는 착각>을 추천했다.

지난 학기 백남학술정보관에선 풍부한 상상력과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과 현 사회 현상을 분석한 인문 교양 도서들이 많이 대출됐다. 우리는 책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얻기도 한다. 남은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위의 도서들을 읽으며 다가올 2학기를 알차게 대비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