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읽어주는 교수님 25 - 토토사이트 슈퍼맨 내전과 난민 사태

이희수 교수 (국제문화대학 문화인류학과)

2015-11-24     박윤정

 

인류 문명의 오래된 유산들이 숨쉬고 있던 중동의 진주, 토토사이트 슈퍼맨. 아랍어를 잘 배우려면 토토사이트 슈퍼맨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토토사이트 슈퍼맨는 중동에서 가장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했다. 그런 토토사이트 슈퍼맨가 어떻게 난민의 나라가 되었을까. 오랜 내전으로 지옥으로 변해버린 토토사이트 슈퍼맨의 비극과 갈 곳 없는 난민들에 대해 이희수 교수(국문대 문화인류)가 입을 열었다.

 

 

현 시대 최악의 비극, 토토사이트 슈퍼맨 내전의 발발


시리아 내전은 아랍 민주화 시위의 영향을 받았다. 이 교수는 “지금의 시리아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중동의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1982년 하마 대학살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1982년 하마라는 도시에서 반정부 시민 봉기가 일어나자 현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가 정부군을 보내 마을을 봉쇄하고 3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 때 시리아 국민에게 치유할 수 없는 복수의 응어리를 지게 만든 것은 ‘안티캄’이라는 아랍 특유 복수 문화 때문이었다. 아랍에는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부당하게 살해당하면 부족과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복수해서 앙갚음해야 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안티캄’이다.

 

2대에 걸쳐 45년 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해 시리아 국민들의 감정은 좋지 않았다. ‘반독재 구호’를 벽에 그린 10대 청소년들을 정부가 잡아들이자 아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결국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며 내전이 발발했다. “이집트, 튀니지, 예멘 등에서 발생한 시민혁명이 성공했던 이유는 ‘비무장’ 시위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무장하지 않은 형제와 가족을 도저히 총으로 쏠 수 없었던 군부가 결국 돌아섰고 군부 중심 체제였던 독재 정권이 무너진 것입니다. 반면 시리아는 과거 아랍 민주화 시위의 성공에서 동기를 얻어 시작됐으나, 이에 대한 정부군의 탄압이 무자비했다는 것이 내전 발발의 비극이죠.”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은 현재 천백만 명 정도로 시리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 인구 절반 가량의 난민을 낳았다. (좌)끝이 보이지 않는 난민 행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세살배기 시리아 꼬마 쿠르드 아일란의 죽음은 난민들의 처참한 삶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복잡한 세력구도와 국제관계


시리아 이슬람 분파는 시아파 15%와 수니파 73% 정도다. 그렇다면 수니파의 힘이 더 막강해야 할 텐데 현실은 시아파가 더 우세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리아 내전은 종파적 갈등이 아닌, 여러 세력들의 ‘기득권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가이익과 부족의 이해 관계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과 같은 서방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은 시리아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니파인 반정부군을 지지하는 반면 북한, 이란, 중국, 쿠바 그리고 러시아는 시아파인 정부군을 지지합니다. 애초 독재와 반독재의 싸움이었던 내전이 국제 싸움으로 번지며 내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형국이죠.”

 

   
▲ 시리아 내전은 외부 국가의 양분된 지지 양상으로 더 이상 내전이 아닌 국제전으로 변모했다. (사진 출처 : jtbc)

 

IS는 내전 세력구도의 복잡함을 더 잘 보여준다. 지난 201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하며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고 30년 간 독재체제를 유지했던 이라크 기득권 세력이 해체됐다. 그 세력이 바로 IS의 시작인 셈. 토토사이트 슈퍼맨와 이라크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IS는 본거지를 토토사이트 슈퍼맨로 옮긴 후 성장했다. 정치적 인기가 없었던 반인륜적 학살 단체인 IS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미국과 같은 서방국가의 지원이었다. 처음에 반군에 가담했던 IS가 반군을 지원하던 서방국가에 힘입어 힘을 키웠던 것. 극악무도한 IS가 오히려 그들을 처치하는데 앞장서야 할 선진 서방국가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는 사실은 토토사이트 슈퍼맨 내전 세력구도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 이희수 교수(국문대 문화인류)는 “난민 문제는 특정 국가에게 전가시킬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협하는 범죄 테러집단을 궤멸하기 위해 인류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의 전쟁이 적과 적이 싸우는 ‘대칭 전쟁’이었던 반면, 현대 전쟁은 싸우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이 발생하는 ‘비대칭 전쟁’이라고 하는 만큼, 함부로 공격하는 것은 위험하다. “요즘은 전쟁 수행 과정에서 민간인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것이 큰 비극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고하게 죽어간 수많은 민간인에게 금전적 지원, 심리 치유 프로그램 가동, 고아들 일자리 교육 등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민간인들은 위협적인 시리아를 떠나 대부분 난민이 된다. 그 중 90%는 터키, 이라크 등의 인접 국가에, 나머지 10%는 유럽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유럽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난민쿼터제를 주장했던, 그나마 난민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던 독일마저 얼마 전 입장을 번복했다. 이 교수는 “난민 문제는 특정 국가에게 전가시킬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미 90% 이상의 난민은 인근 아랍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데 10%도 안 되는 숫자를 보호하는 것은 기본적인 도덕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난민을 수용하는 것만이 난민을 돕는 방법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시리아 인접 국가에 교육 시설 건축을 지원하는 등 다른 방법이 많습니다. 무조건적인 책임 전가보다 경제적인 지원에 앞장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바로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죠.”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사태는 더 이상 시리아 국민들만이 겪어야 할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난민들은 지금 처절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따뜻한 ‘관심’이 지금 그들에게 필요하다.

 

 

 

박윤정 기자 dbswjd60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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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