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이 돌아왔다" 11개월 만에 재개방한 가상 스포츠토토

가상 스포츠토토의 심슨 가족, 전단지 문제를 해결하다

2015-06-03     최정아

"다시 노천에 드러누워 보고 싶었어요"

 

정몽구미래자동차연구센터의 공사가 시작되며 변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교내에서 흔치 않았던 공터가 사라졌다. 공사를 위해 높은 철제 펜스가 세워졌다. 그리고, ‘노천’이라 불리는 노천극장이 폐쇄됐다. 학생들은 낭만을 위한 공간이 사라졌음을 아쉬워했다. 교내에 그나마 남아있던 녹지가 사라지며 학교가 한층 더 삭막해졌다는 얘기도 했다.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언젠가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나른한 봄을 거쳐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을 보내고, 대운동장에서 축제를 열며 가을을 지낸 후 추운 겨울을 웅크려 지내자, 다시 봄과 함께 노천극장이 돌아왔다. 11개월 만에.

 

다시 만난 노천


지난해 5월, 가상 스포츠토토의 입구가 폐쇄됐다. 정몽구미래자동차연구센터의 신축공사가 시작되며 가상 스포츠토토은 자재 적재 및 공사현장의 임시 사무실로 사용됐다. 이와 더불어 안전문제로 인해 모든 사람들의 이동이 통제됐다. 가상 스포츠토토에서의 휴식이 사라진 것은 물론, 지난해 축제 기간 한양가요제는 대운동장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바람이 따뜻해진 지난 4월 가상 스포츠토토이 다시 모두에게 개방됐다. 그간 가상 스포츠토토을 건너가기 위해 사용했던 아슬아슬한 임시 철판 계단도, 가상 스포츠토토을 둘러싸고 있던 파란 가림막 펜스도 자취를 감췄다.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온 가상 스포츠토토은 정몽구미래자동차연구센터와 연결돼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모두 다시 가상 스포츠토토을 이용할 수 있음을 반겼다.

 

   


이번 축제 공연의 장 역시 다시 가상 스포츠토토으로 옮겨갔다. 가상 스포츠토토이 돌아오며 애지문에서 제2공학관까지 가는 길이 더 편리해졌다. 가상 스포츠토토의 무대 뒤편을 돌아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던 이동은 간편하게 가상 스포츠토토을 가로질러가는 것으로 변했다. 제2공학관 앞의 매점은 제자리를 찾았다. 미래자동차연구센터의 공사가 마무리되며 가상 스포츠토토이 개방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어수선했던 교내의 분위기도 정돈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쉴 공간이 생겼다. 바람이 선선한 날, 이유 없이 밖에 있고 싶은 날, 학생들은 가상 스포츠토토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깥 바람을 즐길 수 있다. 날씨 좋은 봄, 야외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가상 스포츠토토에서 수업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녁에는 통기타를 들고 와 기타줄을 퉁기는 학생들도 볼 수 있다. 이처럼 가상 스포츠토토의 개방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한양인 누구나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공간, 가상 스포츠토토


학내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처는 노천극장의 개방으로 다시 바빠졌다. 김영준 과장(관리처·관재팀)은 “노천극장이 다시 한양인들의 쉼터가 됐다”고 말하며 관리 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수리는 주관 부서인 시설팀에서 수시로 보수를 하고 있고, 관재팀의 지도 하에 미화도 이른 아침과 오후 하루 두 번씩 실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만큼, 노천 극장의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 과장은 노천극장의 사용과 관련해 한양 가요제를 위한 개방을 언급하면서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소음을 유발하는 문화공연 대관은 자제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노천극장 사용 원칙을 전했다. “앰프와 같은 음향시설을 이용할 경우 낮부터 저녁까지 실제 공연과 같이 튜닝을 하게 됩니다. 음량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경우 저녁에 수업이 있는 특수대학원과 사회교육원에서 민원이 들어올 수밖에 없어요. 쾌적한 수업을 위해 학생들의 이해를 부탁하는 바입니다.”

 

김 과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노천극장 내 전단지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전단지가 무작위로 살포되고 있는 상황은 관재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노천극장뿐 아니라 주변 벤치와 테이블에도 도배되고 있죠.” 관재팀은 학교 주변 중식 연합회 등과의 미팅을 통해 자제를 유도하고 있지만 약속이 늘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신생 중식업체가 생기면 협의사항을 모른 채 다시 전단지를 돌립니다. 그러면 다른 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또 전단지를 돌리게 돼요. 이렇게 약속이 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관리처에서는 조만간 학생처와 협의해 과거 실시했던 불매운동 등을 검토하고, 아예 학내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노천극장은 전단지만이 아니라 지나친 음주와 흡연, 무대시설의 파손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에 따라 관재팀에서는 제약을 걸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문제와 제약에도 불구하고 김 과장은 한 가지를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노천극장은 한양인 누구나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가상 스포츠토토의 심슨 가족, 전단지 문제를 해결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미국 만화 ‘심슨’(Simpson) 속 캐릭터 ‘마지 심슨’과 '바트 심슨'의 얼굴이 붙은 상자에 돌돌 말린 전단지들이 꽂혀있는 사진이었다. 이는 장동진(공과대·에너지 3) 씨를 비롯한 9명의 학생들이 교양 수업 ‘창의와 소통’의 과제를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사랑의 실천’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10분 동안 발표하는 과제였습니다. 과제를 위해 조원들이 낸 아이디어 중 노천극장을 깨끗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날씨가 좋아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먹을 것을 시키고 그릇을 방치하고, 전단지가 여기저기 뿌려져 있어서 보기가 안 좋다는 말을 많이 접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처음, 게시판을 설치하자는 의견은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해 학생들과 중식 업체가 전단지를 상자에 그려진 머리 부분에 꼽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그냥 상자만 만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마지 심슨’과 ‘바트 심슨’의 캐릭터를 차용해서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전단지를 꽂으면 머리가 완성되는 식이었죠. 또, 전단지만 없어진다고 노천극장이 깨끗해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노천극장의 무대 옆에 ‘그릇 놓는 곳’이라는 종이를 프린트해 붙여뒀습니다.” 장 씨는 프로젝트의 결과가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일주일이 조금 안 되게 설치를 해 두고 오가는 분들의 반응을 관찰했는데, 많은 분들이 지나가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잘 만들었다고 얘기하시는 걸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단지를 주워와서 꽂아주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장 씨는 특히 전단지를 배포하는 중식업체 직원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배달하시는 분들께서 상자를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그곳에 자발적으로 전단지를 꽂아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전단지 제작 비용도 만만치 않고 뿌리러 다니는 것도 일인데 지금처럼 전단지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정해져 있으면 전단지를 돌리는 입장에서도 한결 편할 거라고 직접 말씀해주셨습니다.”

 

   


현재 마지 심슨과 바트 심슨이 그려진 전단지 상자는 철거된 상태. 그러나 장 씨는 “나중에는 비에 젖지 않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몇 개 더 설치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에 건의해볼 생각도 있다”고 전해왔다. “노천극장은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조금씩만 더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축제 같은 경우 쓰레기를 담아가라고 파란색 봉투를 나눠줬었는데 오히려 그 봉투를 버리고 가기도 했잖아요? 그냥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고 가면 좋겠어요. 다 같이 사용하는 곳이니까요.“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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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