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함께 비타임 토토
한양인 비타임 토토대축제 어울림 비타임 토토클럽
"독서는 생활"
우리대학은 매년 비타임 토토대축제를 연다. '비타임 토토 골든벨', '명저(名著)의 고향 답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학생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매년 이 축제에서 소외되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 학생들이다. 한글로 된 책을 어려워하다 보니 같이 참여할 수가 없던 것. 올해부터 이 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어울림 비타임 토토클럽'은 외국학생과 한국학생이 팀을 이뤄매달 새 책을 한 권씩 읽는 비타임 토토모임이다.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며 매번 다른 조원들과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다. 양주성 백남학술정보관 학술정보지원팀과장과 어울림 비타임 토토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학생들도 하나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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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에는 현재 880명 가량의 외국인 학부생이 재학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것이 현실. 양 과장은 이런 점을 개선하고 외국인 학생들도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고, 더 알고 싶어하기 합니다. 예전에 모 교수님들과 면담을 했었는데, 한국어에 서툰 학생이 많아서 팀프로젝트도 잘 끼지 못하고 겉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한국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이방인처럼 지내도록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서는 지식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양 과장은 ERICA캠퍼스에서 독서법을 가르치는 독서코칭 프로그램도 개최한 적이 있다. 작년 여름 외국학생들과 그림책을 보는 행사를 기획 한 뒤로 양 과장은 비타임 토토 통해 외국학생과 한국학생을 어울리도록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교류의 장
어울림 비타임 토토클럽은 6월에 첫 모임을 가졌다. 5월 21일에 개최된 '북페스티벌' 행사에서 '한양 글로벌 비타임 토토 포럼 모임' 부스를 통해 클럽을 홍보하고 6월 첫 모임에 48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외국인과 한국학생의 비율이 5:5 수준인 것도 고무적이다. 클럽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매달 새롭게 조를 짜고 추천도서 중 한 권을 정해 한 달 간 자유롭게 만나며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조별 선정도서는 학교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매 달 한 권씩 책을 선물 받는 셈이다. 성실한 활동을 위해 조별로 월말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책을 지원하는 것 외에 학교 측은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이 활동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참여하게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우간다나 나이지리아처럼 생소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많이 참여해서 한국 학생들도 신기하면서도 좋아하더라고요."
매번 조원이 바뀌면 친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양 과장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원하는 사람끼리 조를 짜도록 하면 결국 끼리끼리 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중국학생들은 중국학생들끼리, 일본학생들은 일본학생들끼리 모이게 되면 이 모임을 하는 목적이 흐려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오히려 매번 사람이 바뀌니 학생들이 긴장감을 느끼더군요. 외국학생들을 더 많이 배려하고 약속을 어기는 일도 거의 없어요."
책을 통해 나누는 다양한 생각
어울림 독서클럽에 참여중인 안정용(사회대·정외2) 씨, 김연준(사범대·국어교육 1)씨, 도로시(공과대·원자력 4) 씨, 이경연(경영대·경영 1) 씨는 독서클럽의 매력을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꼽았다. 참여 동기도 가지각색이었다. 백남학술관에서 개최한 '한양 글로벌 독서 포럼 모임' 부스를 통해 이 클럽을 알게 돼 참여한 사람도 있었고, '한양교지'에서 일하는 안 씨는 '독서대축제'에 대해 취재하다가 본 행사를 알게 돼 참여했다고 말했다. 우간다에서 온 도로시 씨는 국제협력처에서 발송한 어울림 독서클럽 홍보 메일을 받고 흥미를 느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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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를 비롯한 학생들이 이번 7월 비타임 토토모임에서 고른 책은 켄 베인(Bain)의 저 <최고의 공부>다. 올바른 공부법과 창의적 사고 및 문제해결법을 다룬 자기계발서다. 김 씨를 비롯해 어울림 비타임 토토클럽에 참여한 학생들은 단지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책 속 문제가 다양한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는지 그 문화적 차이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김 씨는 나라마다 다른 공부방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저는 일본 재일동포 2세에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암기하는 교육방법이 일반적인데, 도로시가 온 우간다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토론식 수업과 조별수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안 씨는 대학 입시에 관한 나라별 차이를 흥미로워했다. "교육에 관한 주제로 토론을 하다 보니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경쟁이 과도한 이유에 대해 저는 단지 우리나라의 학구열이 높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중국학생이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입사를 위해 대학 입시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우간다에서 온 도로시 씨도 우간다와 다른 한국의 입시에 대해 "우간다는 자영업을 하기 쉬운 경제구조라 대학 입시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이슈"라고 덧붙였다.
어울림 독서클럽은 올해 첫 삽을 뜬 만큼 아직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자기계발서 같은 실용서적 위주의 추천도서 보다 문학을 읽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씨는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화제는 결국 문화의 차이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임진왜란 때와 일제강점기 때의 문학을 같이 읽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 쭉 살아온 재일동포로서 그 당시 한국의 시대상을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울림 독서클럽은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위해 추천도서가 아닌 다른 책도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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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임 토토 모임의 참여 유인책을 만드는 것 역시 아직은 부족한 수준. 순수 자원으로 월 별 비타임 토토클럽 참여자를 모집하다 보니 참여가 들쑥날쑥한 것. 매월 갖는 조별 모임도 완전히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나태함에 빠지면 모임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아직은 시행초반이지만, 이 모임이 매년 진행된다면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양 과장과 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어울림 비타임 토토클럽이 갖는 매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곧 열릴 8월 모임, 그와 뒤이어 열릴 9월, 10월 모임에서 그들은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비타임 토토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선희 학생기자 pdg1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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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요진 사진팀장 loadingman@hanyang.ac.kr
조유미 사진기자 lovelym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