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운기 교수, 칼럼 ‘강릉단오제와 토토사이트 해외축구 중계 국사’ 기고

5월 20일 자 「강릉단오제와 토토사이트 해외축구 중계 국사」 기사

2024-05-27     이채희 커뮤니케이터

고운기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5월 20일 자 <한국일보>에 칼럼 ‘강릉단오제와 범일 국사’를 기고했다. 성자(聖者)의 동정녀 탄생 신화는 먼 유대 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강릉 출신의 범일(梵日) 국사가 그 신화의 주인공이다.

마을의 한 처녀가 우물가에서 해가 담긴 표주박 물을 마시고 아들을 잉태하였다. 바로 이 아들이 큰스님이자 강릉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토토사이트 해외축구 중계이다. 훗날 강릉을 지키는 수호신이 된 그는 대관령 산신각에 모셔졌다. 그의 부인은 '여성황'이 되어 마을에, 산신은 대관령에 각기 자리 잡아 세상을 지킨다.

둘은 한 해 한 번 만난다. 바로 단오를 전후한 한 주가량이다. 고 교수는 “합심하여 마을을 지키는 범일 부부에게 강릉 사람들은 조촐한 합방으로 정성스럽게 사례하는 것이다. 매우 실무적인 성(聖)의 세속화 현상이다”라며 "이런 스토리텔링은 비록 중국에서 기원한 단오의 틀을 쓰고 있으나 강릉만의 단오제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삼국유사에서는 중국 유학 중인 초년의 범일이 명주의 개국사에 이르러, 왼쪽 귀가 잘린 한 어린 스님을 만난다. 말석에 앉아 있던 범일에게 '저 또한 같은 향리 사람, 본국으로 돌아가시거든 모름지기 제 집을 지어 달라' 한다. 고 교수는 "한눈에도 가련한 어린 스님의 처지가 범일에게는 남 같아 보이지 않았으리라. 집이란 어머니 계신 위안의 소식이고, 출가자에게 찾아올 '이룸'의 다른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낮은 자리에서 사람의 작은 소망까지 알았기에, 선정(禪定)의 일념 와중에 성자는 어느 순간 종교의 틀도 아랑곳 않고, 산신이면 어떠냐고 세속으로 향했으리라 나는 믿는다”라며 칼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