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운기 교수, 칼럼 ‘아무리 말해도 듣지 토토사이트 샌즈 일의 결말’ 기고
2월 26일 자 「아무리 말해도 듣지 토토사이트 샌즈 일의 결말」 기사
고운기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월 26일 자 <한국일보>에 칼럼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일의 결말’을 기고했다. 삼국사기의 고구려 본기 보장왕 9년 조에 고승 보덕(普德)에 관한 짧은 기록이 보인다. '나라에서 도교를 받들고 불교를 믿지 않는다 하여, 남쪽의 완주 고대산으로 옮겨갔다'는 대목이다.
보덕의 기사는 짧지만 망해 가는 고구려의 복잡한 사정을 잘 담고 있다. 일찍이 연개소문은 도교를 키워 유교와 불교 세력을 견제하려 했다. '백성의 교화'가 명분이었지만 다른 연유가 있었다. 당나라에서 '자기 임금을 시해하고 정권을 제멋대로 하고 있으니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연개소문을 비판했다. 연개소문은 '사신을 당에 보내 도교를 보내 달라' 했다. 명분과 달리 실속은 그렇게 정치적이었다.
선한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고구려에 들어온 도교가 바른 역할을 했을 리 없다. 당나라에서 보낸 도사들이 나라 안의 이름난 산천을 다니며 기를 누르는 사술(邪術)을 걸어댔다. 보덕은 '그릇된 길이 바른 길과 맞서 나라가 위태로워질까 고민'하여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끝내 충정이 통하지 않자 신통술로 거처를 통째 들고 가버렸다. 이 일이 있고 18년 뒤, 그것이 예언이라도 된 듯 고구려는 끝내 망하고 말았다.
흔히 보덕의 이거(移居)를 고구려 멸망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 교수는 ”이것은 상징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다. 상징 아닌 현실이 고구려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라며 “호소해도 귀를 막고 들어주지 않아 떠나는 발걸음이었다. 상징을 쓰지 않고도 명확히 설명되는 현실을 비극이라 한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무엇인가”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