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읽어주는 교수님] 과도한 시장규제 vs 플랫폼 갑질 방지? 인앱대가 토토사이트법 알아보기

한국에 세계 최초로 도입, 시행 후 두 달 콘텐츠 제작자,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 기대

2021-11-18     김도엽 기자
▲ 김용규 경제학부 교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올해 8월 31일 국회를 통과해 9월 14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 도입됐다. 이번 개정안은 앱 마켓 사업자의 의무, 특히 사업자의 인앱(In-App) 대가 토토사이트 강제로 인한 개발자와 이용자의 권익침해를 금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용규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을 “구글이나 애플 등 거대 앱 마켓 운영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평가했다. 그는 개정안이 향후 플랫폼 규제의 일환으로 콘텐츠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했다.

대표적인 앱 마켓 사업자인 애플의 경우 자사 스토어에 입점한 콘텐츠 제작자에게 자사의 결제 시스템 사용 의무화 및 30%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왔다. 구글은 기존 모바일 게임에 강제했던 인앱 결제 의무화를 2021년부터 모든 콘텐츠 사업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을 선언했다. 이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많은 반발을 일으켰으며, 논란이 거세지자 정책 시행을 2022년으로 연기할 뜻을 밝혔다. 김 교수는 “기존 수익성이 낮았던 웹툰, 웹 소설, 영화 등 유료 콘텐츠 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구글이 수익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는 기존의 인앱 결제 정책에 대해 “스토어 유지, 개선 등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수수료 징수의 불가피함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구글의 정책 확대로 불거진 인앱 결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업계의 시장 규제라는 반발을 물리치고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관련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앱 마켓의 자사 결제 시스템 사용 의무화와 높은 수수료는 비단 국내에서만 문제 제기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에픽게임즈(Epic Games)가 자사의 인앱 대가 토토사이트 시스템 사용을 금지한 애플의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이에 맞서 자사 앱스토어에서 에픽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를 퇴출했다.

 

▲ 애플의 장치에는 현재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는 앱 설치가 불가능해, ios 유저들은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할 수 없다. © 포트나이트

이들의 다툼은 지난 9월 에픽게임즈가 미국 연방법원에서 앱 개발자들의 인앱 결제 추진을 금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며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재판부는 “앱 개발진들이 원하는 결제 시스템으로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애플의 안티 스티어링(Anti-Steering) 정책 또한 위법이 아니다”고 판결해 양측의 법적 분쟁은 계속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해당 판결로 애플은 이미지 타격과 함께, 수수료 수익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의 경우 기존 거대 앱스토어 플랫폼 업체들에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김 교수는 “특히 구글의 경우 애플과 달리 무료 OS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익 회수의 방안으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부분 유료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예측했다. 구글과 애플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토종 중소형 앱 마켓 플랫폼 또한 수익 회수 방법이 쉽지 않아 플랫폼 독점이 길어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반면 소비자와 콘텐츠 제작사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콘텐츠 제작사가 부담하던 높은 수수료는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료에 일부 전가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의 부담에 대해서는 큰 변동이 없거나 낮아질 것이며, 콘텐츠 제작사의 지출 역시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형 플랫폼 규제가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결제 시스템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향후 플랫폼들의 자율적인 정책 개정 여부에 따라 규제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